시로 저항하는 세계의 여성 시인들
시로 저항하는 세계의 여성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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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함 기자]
▲ 연설중인 미국 시인 클로디아 랭킨 뉴욕에 기반해 활동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클로디아 랭킨 (Claudia Rankine)이 베를린시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베를린-시강연 (Berliner Rede zur Poesie)의 개회사를 맡아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 Natalia Re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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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취재기 (상)] 베를린시축제에서 빛난 한국의 젊은 시인들
"사실 오늘 저는 다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시의 효용성은 무엇이고 시에 대해 말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자에서 수천 명이 죽어가고 있고 군인들은 이들이 마치 사람이 아닌 듯 우리에 가두고 있다. (이스라엘) 인면세사업
질들은 마치 유령처럼 거의 잊혀져 가고 있는데도 이 끔찍한 상황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공격을 받고 있다.
(라파의) 알 마와시에서 노인이 먹을 것을 찾으려다 총에 맞아 죽고있다. 제가 노인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마치 남성은 덜 순수하고 덜 애도해도 되는 존재인 것처럼, 아이들과 여성의 고통만을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것에 지쳤기충북소상공인지원센터
때문이다. 우리는 집계되지 않은 생명들을 애도해야 하며, 동시에 가자에서 말과 현실 사이의 단절에 대해 울부짖거나 분노해야 한다. 가장 끔찍한 단절은 우리가 그 고통, 그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고통에 이름(제노사이드)을 붙여도, 그것은 부족해 보인다.
말이 왜곡되거나 금지되는 이 어두운 시대에, 우리는 죄삼성상호저축은행
책감이나 수치심에 괴로워한다. 죽음과 파괴를 목격하지만 막지 못 하는 이 어두운 시대에, 작가들은 최선의 경우 무용지물이며, 최악의 경우 공범이다."
26회 베를린시축제(Poesiefestival Berlin)의 6월 3일 본행사 개막행사는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의 신랄한 비판의 말로 시작되었다. <폭력의 메아리–종군기자의j트러스트
편지>를 저술한 카롤린 엠케는 <슈피겔>및 <차이트>에서 근무하며 분쟁 지역에 대한 기사를 썼고 독일 출판협회에서 수여하는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엠케 작가는 6월 15일까지 한 달간 열린 시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베를린-시강연(Berliner Rede zur Poesie)의 개회사를 맡아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그는 초청된 미국 시인 클로디아 랭킨(Cla부산은행 전세자금대출
udia Rankine)을 소개하면서 그간의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제노사이드"라고 명명하고 반유대주의라는 무기로 비판을 억압하는 정치권과 침묵하는 독일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두운 시대에 진실한 것을 쓰고 말하는 것, 시적 저항과 희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클로디아 랭킨의 시는 저를 행복하게 하고, 한국장학재단 행복기금
믿기 어려운 기쁨을 선사한다"라며 환영사를 마쳤다. 카롤린 엠케는 현재 베를린의 유명 극장인 샤우뷔네에서 <슈트라이트라움(Streitraum)>라는 제목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미국 시인 클로디아 랭킨은 약 50분에 가까운 연설을 이어나갔다. 랭킨은 팔레스타인들의 인권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끔 저항에 주저르노삼성자동차 서비스센터
하는 자신에 대해서 성찰하기도 했으며, 러우전쟁의 비참함도 언급했다. 특히, 말과 이미지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며, 미국사회의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폭력의 문제들을 비판해온 그는 비민주적이고 보편적 인권에 반하는 트럼프 정부와 지지세력의 문제를 섬세한 언어로 자세히 해부했다.
그는 2025년 3월 7일 <뉴욕 타임스> 기사 "이 단어들이 트중소기업연수원
럼프 행정부에서 사라지고 있다"에서 발췌한 27개 단어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즉 예를 들어 인권과 관련한 단어들: 반인종차별, 인종차별, 동맹, 편견, 다양성, 확증 편향, 페미니즘, 젠더, 성 정체성, 포용성, 불의, 상호교차성, 편견, 특권, 인종 정체성, 성적 지향, 고정관념, 트랜스젠더, 평등 등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랭킨은 "우리는 본인터넷무서류대출
질적으로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이야기가 함께 모여 현재의 집단적 모습을 그려낸다"며 "우리의 글쓰기 작업이, 우리가 주변의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탐색하는 이미지들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현 사회적 퇴행을 막기 위해 침묵에서 벗어나 저항하고 시민들간의 연대도 강조했다. 다수의 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랭킨은 과 를 포함한 시집 5권, 를 비롯한 연극 3편을 썼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어른으로서 부끄러움 느껴 첫 시 쓴 김혜순 시인
▲ "유령을 쓰는 것" 프로그램에 김혜순 시인과 함께 참여한 시인들 왼쪽부터 김혜순 시인, 베트남계 미국 시인 다이애나 코이 응우옌 (Diana Khoi Nguyen), 크로아티아 시인, 모니카 헤르체그 (Monika Herceg), 네덜란드 시인, 사샤 얀선 (Sasja Janssen)이 함게 참여했다.
ⓒ Natalia Reich
한편 2023년 6월 같은 시축제에 초청되었던 김혜순 시인은 '혀 없는 모국어(Tongueless Mother Tongue)'라는 제목으로 베를린시강연 행사에서 연설을 했다. 독일어로 더빙된 버전이 독일공영라디오방송국을 통해 송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는 올해 <죽음의 자서전>의 독일어 출판으로 이어졌다. 베를린시축제의 카타리나 슐텐스(Katharina Schultens) 집행위원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진행된 김혜순 시인의 독일 및 오스트리아 북 콘서트를 기획한 배경을 소개했다.
"우리는 2023년 베를린시강연에 김혜순 시인을 초청했는데 독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출판사 발슈타인(wallstein)에서 출간된 이 책은 독일 언론에서 시인 폴 셀란의 사상과 비교되었다. 당시 우리는 김혜순 작가의 시를 시인 박술과 울리야나 울프에게 의뢰했는데 이로 인해 김혜순 시인의 첫 독일어판 시집이 피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는 베를린시축제에서의 북 프리미어 행사뿐 아니라 오스트리 및 독일 북 투어를 기획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덕분에 스투트가르트 문학관, 비엔나 문학관, 프랑크 푸르트(Evangelische Akademie), 뮌헨 시인의 집(lyrik kabinett)과 협력해 행사를 조직했다."
올해 다시 베를린시축제를 찾은 김혜순 시인은 6월 10일 <죽음의 자서전>을 공역한 박술과 울리야나 울프 시인과 함께 북프리미어를 진행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느껴 첫 시를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시집은 2016년에 처음 출판되었으며, 2018년에 영어로 번역되었고, 독일어로는 2025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총 4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각 시는 불교 교리에 따라 죽음 후 환생 전 영혼이 방황하는 49일을 상징한다.
김혜순 시인은 6월 12일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전 세계의 여성 시인들과 함께 이리나 본다스 작가의 사회로 낭독및 작품 토론회를 가졌다. 베트남계 미국 시인 다이애나 코이 응우옌(Diana Khoi Nguyen), 크로아티아 시인, 모니카 헤르체그(Monika Herceg), 네덜란드 시인, 사샤 얀선(Sasja Janssen)이 참여했다. 집단 및 개인의 역사에 깊이 파고들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네 명의 시인의 작품을 소개한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유령을 쓰는 것. 창문을 열어 당신의 유령을 지우거나, 아니면 하나를 들여보내보세요.(Writing Ghosts: Open the window to erase your ghost or maybe let one in)'이다. 이 타이틀은 시인 다이애나 코이 응우옌의 시집 의 '케이프 디서포인트먼트(Cape Disappointment)'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 ‘포에지 베를린’ 잡지에 실린 다이애나 응우옌 시인의 에세이와 시각적으로 독특한 시 시인 겸 멀티미디어 예술가 다이애나 응우옌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시 (visual poetry)를 많이 창작하며 대중앞에서 낭독할때도 특정한 지점에서 잠시 읽기를 중지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그는 2019년 Kate Tufts Discovery Award를 수상한 시집 《Ghost Of》(2018)와 시집 《Root Fractures》(2024)의 저자로 그의 비디오 작품은 2023년 Miller ICA에서 전시되었다. 또한 그는 베트남 디아스포라 예술가 집단 《She Who Has No Master(s)》의 멤버이며 피츠버그대의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poesiefestival berlin
응우옌은 베트남 전쟁 난민인 부모님과의 불화로 인해 젊은 남동생이 자살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시작한 창작활동이 뜻밖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크로아티아의 작은 시골에서 출생한 모니카 헤르체그 시인은 1990년대 유고전쟁 중 대학살을 경험해 10년간 난민생활을 했고, 폭력적인 조부와 알콜중독인 부친과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신화적 요소들을 능숙하게 혼합한 독특한 시적 언어를 구사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시인이다. 그는 낭독을 시작하며,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씀으로써, 과거를 다시 소유할 수 있다"는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고, 아울러, 지인과의 농담을 소개하며 "어린 시절의 힘들고 생생한 기억들이 시의 원재료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자신의 몸에서 세상에서 제일 가볍고 투명한 새를 한 마리 꺼냈다고 상상하세요. 그 새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새의 행동을 본다고 상상하면서 제 시를 들어주세요."
▲ 시집 <날개 환상통>을 낭독하고 있는 김혜순 시인 “지금부터 여러분은 자신의 몸에서 세상에서 제일 가볍고 투명한 새를 한 마리 꺼냈다고 상상하세요. 그 새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새의 행동을 본다고 상상하면서 제 시를 들어주세요.” 김혜순 시인은 현지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한 뒤 <날개 환상통>의 “새의 시집”,“고잉 고잉 곤”, ”새의 일지” 등을 낭독했다.
ⓒ Natalia Reich
김혜순 시인은 현지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한 뒤 <날개 환상통>의 "새의 시집", "고잉 고잉 곤", "새의 일지" 등을 낭독했다. 그는 개인적 집단적 폭력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제게는 원형 가족, 가족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쪼개는 것이 시 쓰기의 한 모습일 수도 있다"며 "죽음이 시에 등장하면 우리는 죽음을 통해 누구나 평등하고 평평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족주의적 생각이 제 시에 들어온 상징체계이고 폭력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안티고네처럼 이런 상징체계에 대한 장례와 애도를 꿈꾸는 것이고 이는 폭력에 대한 조그만 저항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참고로 김혜순 시인은 2023년 베를린시강연에서 유령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시에 대해 이렇게 정의내린 바 있다.
"시인은 자신의 유령(죽음)으로 쓴다. 시인은 자신의 존재를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부재의 무한에 투사해놓고 쓴다. 이때 투사된 존재는 타자로서의 나, (시각적) 목소리로서의 나이다. 시의 유령은 작품이 시작될 때 작품을 이끌고 가는, 언어 이전의 목소리 안에 이미 숨어 있었다. 시의 유령은 우리가 이 모국어의 억압 속에서 혀를 빼앗기기 전, 목소리 안에 이미 있었다. 사라지고, 버려지고, 다치고, 죽어서 유랑하는 다른 유령(관객)들을 부르는 목소리. 아무것도 없어서 누구든 환대할 수 있는 목소리, 나 아닌 나를 부르는 목소리. 너 아닌 너를 부르는 목소리. 이 목소리는 언어 이전인 것. 그 주파수는 너무 커서 오히려 들을 수 없는 것. 시인은 이 유령의 목소리로 언어의 세계를 헤엄쳐 나아간다.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상상하는 것처럼 이 유령의 목소리로 언어 뒷면의 세계를 구축한다. 시인에게 자신을 부재하게 함으로써 생성된 유령이 없다면, 그 작품엔 영혼도 없다. 작품속에 살아 있는 자신의 시체 없이는 살아 있는 시인의 목소리도 없다. 반대로 자신을 유령으로 만드는 그 목소리 없이는 작품도 없다. 시를 쓰는 자신의 목소리의 유령의 생성, 그것이 시다."
또한 김혜순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인인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 '왜 시를 쓰냐고?' 이게 다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받으면 여기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서. 여기서 죽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서. 유령이 된 내 목소리가 자꾸만 생성되는 유령을 구축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시는 죽음이라고, 죽음의 목소리는 여럿이라고, 그러다가 외국에서 너는 왜 초현실주의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제발 나를 초현실주의자라고만은 부르지 말아달라고 대답한다. (중략) 그리고 내 시라는 유령의 집은 목소리만 사는, 텅 빈 집이라고 대답한다. 그 구멍 같은 집에서 나의 시는 '시하고 있다고.' 나는 시로서 '당신하고' 있다고. 그 텅 빈 장소를 낙랑공주처럼 큰 북채로 때리고 있다고, 왕인 아버지를 폐위시키는 위반의 대타자로서 여성적 향유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내 목소리로 공기가 진동하고 울림이 퍼져 나간다고, 바람이 운다고 대답한다. 여성시인으로서의 내 목소리의 이행은 이런 모국어의 공백들 안에서 이루어지고, 내 여성적이고 시적인 욕망은 이렇게 모국어의 공백들 속에서 이행할 때, 비로소 내 한 편의 시를 펼친다고 대답한다"라며 시강연을 끝맺었는데 큰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세계의 여성 시인들이 선보인 다양한 색깔들
▲ 앤지 시베리아 감독이 전장에서 사망한 친구, 막심 크리우초우 시인을 추모해 만든 시 영화 앤지 시베리아 감독은 “이 영화는 제가 만든 영상 작품 중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 중 하나였다. 이 영화로 저는 친구 막심 크리우초우의 기억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다. 그는 세상의 미묘한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시인이었다. 저는 그의 시를 정말로 사랑했고, 2011년 처음 만난 이후로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의 죽음은 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고,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 이미지를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막심의 시를 경험하고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제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시는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시다. 제가 막심의 이 마지막 구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시가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상처에서 제비꽃(Viola)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Angie Siveria
한편 베를린시축제에는 시의 낭독과 토론회만 존재하진 않는다. 시축제를 주관하는 하우스 퓌어 포에지는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하는 '지브라 시영화제(Zebra Poetry Film Festival)'를 통해 "시를 기반으로 시인이 연출을 하거나 시인과 협업하는 모든 단편 형태의 동영상"인 시영화(poetry film) 장르를 적극 장려해오고 있다. 필자가 6월 7일 토요일 밤 10시에 찾은 'Hauntings 프로그램'에는 14편의 시영화들이 선보였다.
팔레스타인의 유명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시, '마타르 나엠(Matar Naem)'을 영화화한 에킨 코자 감독의 , 라트비아의 마다라 그룬트마네(Madara Gruntmane) 시인이 자신의 시, '제라이메이티냐(Dzērājmeitiņa)'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 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시인 앤지 시베리아(Angie Siveria)의 <비올라(Viola)>도 초청되었다.
앤지 시베리아 감독은 지난 10년간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의 삶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시로 써왔다. 그는 "그간 텍스트를 마법적 현실주의가 가미된 동화로 형상화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끔찍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시에 반영되어 왔다"고 전했다. 시영화 장르를 통해 본인의 시, 배우자 오스카르 슈스터 (Oskar Schuster)의 음악, 애니메이션을 혼합하는 독특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그는 특히 작년 1월 러시아 군의 포격으로 전쟁터에서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인이자 사진작가 막심 크리우초우(Maksym Kryvtsov)를 애도하는 시영화를 연출했다. 연출의도를 묻는 필자에게 그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시 영화 <비올라(Viola)>는 제가 만든 영상 작품 중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 중 하나였다. 이 영화로 저는 친구 막심 크리우초우의 기억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다. 그는 세상의 미묘한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시인이었다. 막심은 전쟁에 대해 광범위하게 글을 썼으며, 사망 직전 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우크라이나작가협회에서 2023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는 그의 시를 정말로 사랑했고, 2011년 처음 만난 이후로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의 죽음은 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고,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 이미지를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막심의 시를 경험하고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세상을 드문 감수성으로 느꼈고 수년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운 놀라운 젊은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공유하고 싶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가 기억하기를 원한다. 매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 전쟁 동안 200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사라졌고,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제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시는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시다. 죽기 직전에 (인스타에) 공개한 섬세한 작품이다. 제가 막심의 이 마지막 구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시가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상처에서 제비꽃(Viola)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앤지 시베리아 작가의 꿈 중 하나는 본인의 시집을 삽화와 함께 출판하는 것이다.
한편 하와이 출신의 노우 러빌라(Noʻu Revilla) 시인은 6월 11일 독일 뮌헨에 기반한 리자 예슈케 시인의 사회로 열린 퀴어 프로그램(Writing Identities)에 참여해 지구 온난화로 수심이 높아져 잠겨가는 미크로네시아 마셜 제도와 시인&기후활동가 캐시 제트닐키지네르(Kathy Jetn̄il-Kijiner) 에게 시를 헌정했다. 이를 통해 러빌라 시인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렸던 시의 향연에 세계의 여성 시인들은 제각기 다른 색깔의 시를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저항의 메시지 또한 그 성격과 내용, 온도 차이와 형식에서도 제각각이었다. 또한 굳이 저항을 선택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한껏 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그런 자유스러움이 시예술의 매력이 아닐까.
베를린시축제의 카타리나 슐텐스 집행위원장도 비슷한 결의 의견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30건이 넘는 무력분쟁, 기후 위기,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일부 시민들이 시와 시축제, 예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곤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흥미로운 반론을 제시했다.
"저는 올해도 축제 개막 연설에서 이 문제들을 깊이 고민했고, 전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논쟁적으로 답변한다면,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위험한 스포츠나 성형 수술, 소셜 미디어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사실상 시보다 생산적이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파괴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 시나 예술은 존재 이유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며,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거나 연결하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시나 예술은 어떤 것도 할 의무가 없다. 특정 사안이나 이슈를 옹호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독일 시인 힐데 도민의 지적처럼, 시는 우리가 시를 쓰거나 말하거나 듣는 순간에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절대적 자유의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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